뷰티 트렌드를 굳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알아두면 쓸모가 있습니다. 올해 어떤 색이 매장을 가득 채우는지 알면, 쇼핑할 때 선택지가 넓어지고 퍼스널컬러에 맞는 트렌드 제품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피부 언더톤과 방향이 다른 트렌드를 피해가는 기준도 생깁니다.
2026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글로벌 메이크업 씬이 세 가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어스 톤의 진화 — 따뜻하고 깊은 뉴트럴
2025년을 지배한 모카 무스(Mocha Mousse) 계열이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어진다”기보다 깊어지고 있습니다. 밝은 카라멜·베이지에서 올리브 브라운, 코코아, 테라코타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립에서는 단순한 누드 브라운이 아니라 흙빛이 섞인 테라코타와 번트 오렌지가 주목받고 있고, 아이섀도에서는 황갈색과 코퍼를 섞은 팔레트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러셔도 코랄에서 피치 테라코타 방향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이 트렌드에서 가장 유리한 계절 유형은 단연 가을웜입니다. 테라코타·번트 오렌지·초콜릿 브라운은 가을웜 피부의 황갈색 언더톤과 정확히 같은 방향입니다. 트렌드가 마침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향해 움직이는 계절입니다. 봄웜도 이 흐름을 탈 수 있지만, 너무 탁하거나 깊은 어스 톤은 가볍게 뜰 수 있어 살짝 밝고 선명한 쪽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쿨톤에게 이 트렌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황갈색·오렌지 기운이 강한 어스 톤은 여름쿨·겨울쿨 피부와 온도가 반대입니다. 트렌드라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가면 피부가 오히려 칙칙해 보일 수 있습니다.
체리 레드와 버건디 — 선명하고 차가운 레드의 귀환
어스 톤과 정반대 방향으로 선명한 레드 계열도 강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블루베이스 레드, 버건디, 딥 체리 같은 쿨 레드 계열이 패션위크와 런웨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방향은 겨울쿨의 시간입니다. 쿨 버건디, 딥 크림슨, 체리 레드는 겨울쿨 피부의 쿨 베이스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색입니다. 피부와 립이 같은 온도로 만나면서 전체가 완성되는 느낌이 납니다. 여름쿨은 이 계열에서 선명도를 한 단계 낮춰야 합니다. 딥 버건디보다는 뮤트 베리나 로즈 레드 정도가 여름쿨 피부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웜톤에게 이 트렌드는 거의 대부분 충돌합니다. 블루베이스 버건디나 쿨 레드는 봄웜·가을웜 피부의 따뜻한 언더톤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레드립이 하고 싶다면 트렌드 색 그대로가 아니라 오렌지빛이 섞인 웜 레드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바닐라와 크리미 뉴트럴 — 미니멀의 다른 얼굴
세 번째 방향은 정반대의 조용한 흐름입니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피부가 예뻐 보이는, 바닐라·크리미 베이지·따뜻한 아이보리 계열의 미니멀 메이크업입니다.
베이스는 얇게, 립은 피부색과 가까운 누드 계열, 블러셔는 자연스러운 혈색만 — 이 방향은 2024~2025의 클린 메이크업 흐름이 더 정제된 형태로 이어진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없어 보이는” 미니멀이 아니라 “잘 손질된” 미니멀이라는 점입니다.
이 트렌드에서 주의할 점은 “바닐라·크리미”가 따뜻한 언더톤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봄웜에게는 피치 기운이 도는 크리미 베이지가 자연스럽고, 가을웜에게는 살짝 깊이 있는 카라멜 누드가 잘 맞습니다. 반면 쿨톤에게 황기 도는 바닐라 계열은 피부가 누렇게 떠 보일 수 있습니다. 여름쿨·겨울쿨이 미니멀을 원한다면 로즈 베이지나 핑크 뉴트럴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되 온도를 먼저 확인할 것
트렌드는 방향입니다. 어떤 색이 예쁘게 보이고 어떤 색이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색이 내 피부 위에서 잘 작동하는지는 트렌드가 알려줄 수 없습니다.
2026년 트렌드를 볼 때 기준 하나만 추가하면 됩니다. 색의 온도가 내 언더톤과 같은 방향인가. 어스 톤이 트렌드라도 내가 여름쿨이라면 황갈색 대신 쿨 뉴트럴 방향의 어스 톤을 찾아야 합니다. 체리 레드가 유행이어도 내가 봄웜이라면 블루베이스가 아닌 웜 레드를 골라야 합니다.
트렌드를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트렌드 안에서 내 피부에 맞는 색을 고르면 됩니다. 그러면 트렌디하면서도 자기 것처럼 보이는 메이크업이 완성됩니다.